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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고 알맹이 없는 일, 취미, 잡다한 이야기들

다같이 세차를 해보아요 EP.01

나는야스크루지 2026. 1. 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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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꾸준히 해왔고, 인생에서 써먹을 일이 많았으며,
남들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고, 눈에 띄게 티가 나고,
심지어 돈까지 벌어본 취미가 있다.

 

바로 세차, 정확히는 셀프 세차다.

 

모르긴 해도 자차를 보유한 사람들 중 열 명 중 일곱 명은 세차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거나,
자동세차 혹은 일반 세차장에서 그저 물만 한 번 뿌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내 주변은 물론, 가족들조차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소유물 중(부동산을 제외하고) 가장 값비싸고, 덩치가 크며,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물건은 아마도 자신의 자동차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물건을 마치 일회용품처럼 다루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세차를 대신 해주고 싶은 욕망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나는 중형 SUV를 첫 차로 본격적인 세차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계기로 세차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엄마로부터 내려온 내재된 결벽증이 이 어쩔 수 없는 ‘세차 환자’의 길로 나를 안내했음은 분명하다.

 

당시 차량은 흰색이었는데, 평택에서 근무하며 내 차로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이 잦다 보니
하얀 패널은 자연스럽게 회색빛으로 변해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를 태울 때 실내외의 깔끔함을 유난히 의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치 재테크를 하듯 세차의 기본기를 유튜브로 배우고, 다양한 케미컬과 도구들을 주문하며
내 차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어느 분야든 깊게 들어갈수록 보이는 것은 많아지고, 부족한 부분들도 선명해진다.
세차 역시 그렇게 나만의 경험과 경력이 쌓여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세차 그 자체의 재미, 광이 살아난 내 차를 보며 단순한 흥미를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에서 흔히 말하는 ‘힘든 일’이라는 인식과 달리,
세차를 하며 느낀 것은 육체적인 고됨보다는 내면의 집중, 명상, 그리고 자아 성찰이었다.

 

세차를 하는 동안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그렇게 세차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시간이 되었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도 세차의 중요성과관리 전후의 차이를 직접 보여주며 나와 비슷한 ‘세차 환자’ 들을 여럿 양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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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문득, ‘이 기술로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차장 알바에 도전하게 되었다.

 

당근알바에 키워드를 등록해두고 지내던 어느 날, 비슷한 시기에 두 곳에서 구인 글이 올라왔다.

 

한 곳은 다소 후줄근한 세차장, 다른 한 곳은 나름 모양새가 갖춰진 세차장이었다.

 

시급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래도 제대로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후자의 세차장에 지원했다.

 

곧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다.

세차를 해본 적이 있는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힘든데 괜찮겠는지.

몇 가지 질문 끝에 출근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렇게 세차장 알바를 시작했다. 막상 가보니 내가 생각하던 물세차가 아닌 스팀세차였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기본적인 흐름이나 기준은 내가 해오던 세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디테일한 부분도 많았다.

 

놀랍게도 그 세차장은 운영이 아주 잘 잡혀 있는 곳이었고, 하루에도 열 대 가까운 차량이 들어왔다.

 

근처 공장단지와 병원 등 상업시설들이 많이있다 보니 고가의 외제차들이 주를 이뤘고,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자체로도 굉장히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알바를 하던 시기는 초여름이었다. 아침부터 저녁밥 먹기 전까지 일을 마치고 나면
땀이 줄줄 흐르는 게 일상이었지만, 생각만큼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몰랐던 세차의 디테일과 꿀팁을 배우고, 사장님께서 손님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세차장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품게 되었다.

 

흔히들 떠올리는
3D 업종 특유의 험악한 분위기, 불공정한 대우나 급여는 그곳에는 없었다.

내 경험을 인정해주고, 기술을 알려주며, 시급도 합리적이고,
힘들 땐 쉬게 해주고, 개인 일정까지 고려해 예약을 받는 모습 속에서

 

결국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약 두 달의 짧은 알바를 마쳤고, 지금도 종종 놀러 가거나 일손을 돕기 위해 그곳을 찾곤 한다.

 

그렇게 나는 깨달았다.

 

세차는 단순히 차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정리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며,
하나의 기술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공간에 지루한 재테크 글이 아닌 내가 겪어온 세차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완벽한 전문가의 글도 아니고,
정답만을 말하는 글도 아닐 것이다.

 

다음 글부터는
정말 처음 세차를 사랑하고 세차를 시작하는 사람의 시점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적어보려 한다.

 

모두 함께, 세차를 해보자.

후배가 첫 차를 샀다고 때빼고 광내준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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